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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일주 예술가] 르누아르 사주ㅣAuguste Renoirㅣ물랑 드 라 갈레트

MZ철학관 2025. 6. 16. 23:37

 

그림은 사랑스럽고,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

 

'인상파' 하면 모네와 함께 르누아르가 함께 떠오릅니다. 둘은 실제로도 가까운 친구였고, 종종 함께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요, 모네가 주로 풍경을 그렸다면, 르누아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걸 더 좋아했어요.

 

르누아르의 대표작 ‘물랭 드 라 갈레트’에는 파리의 한 카페 야외에서 사람들이 춤추고, 서로 어울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겨있어요.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만끽하는 느낌이 그림에서 전해집니다. 르누아르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는 걸 그림으로 보여주었고, 복잡할 것 없는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행복'과 '따스함'이라는 감정을 선물해줍니다.  

물랑 드 라 갈레트(Moulin de la Galette)의 무도회
Gabrielle et Jean (둘째아들 가브리엘과 가정부 장을 그린 작품)
A Girl with a Watering Can (물 뿌리개를 든 소녀)

 

밝고 따뜻한 감정만 담고 싶어했던 예술가


그의 그림처럼 그의 인생이 항상 밝고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남모를 고통과 아픔도 있었답니다. 184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르누아르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10대 때부터 도자기 공방에서 일하며 그림을 배웠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에 가서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면서 모네, 피사로, 바지유 같은 인상파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함께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외광파’라고 불리기도 했죠.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참전했고, 친구 바지유를 전쟁에서 잃는 아픔도 겪었어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두려움과 슬픔 속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그림만큼은 여전히 빛과 행복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르누아르는 “그림은 즐겁고 예뻐야 한다”고 말했어요. 자신의 아픔이나 슬픔은 그림에 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의 작품은 비평가들에게 종종 혹평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프랑스에서는 인상파가 점점 인정받았고, 르누아르는 50대에 이르러 거장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했고, 60대에는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였지만 붓을 손에 묶어서까지 그림을 그릴 만큼 열정이 대단했어요. 후기 작품인 ‘피아노 치는 소녀들’에서도 여전히 평범한 일상 속 행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 (후기작품)


그에게 그림은 아픔을 이겨내는 힘이자, 삶의 의미였던 거죠. 친구가 “왜 그렇게 힘들게 그림을 그리냐”고 묻자 르누아르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하다”고 답했다고 해요. 그의 철학 « La peinture doit être aimable, joyeuse et belle. » 그림은 사랑스럽고,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행복한 그림들을 후대에 남겨준 르누아르. 그의 의도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 르누아르의 예술은 영원한 행복의 메시지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셈입니다.

 

아름다움을 사모한 그의 사주 

 

르누아르의 사주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보이는 것은 금이 정말 많다는 것인데요, 천간이 반짝반짝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고 싶어하는거죠.  그의 머릿속에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으로만 가득 채워져있거든요. 그가 예술을 대했던 자세와 역시 일맥상통하는군요. 머릿속에 아름다움이 가득하고, 아름다움을 사모하고,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손으로 그려낼 수 있는 능력까지 있는 사람이 예술을 한다면 역시나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후대에 남기게 됩니다. 또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모두가 예술을 사랑하던 시대에 태어났으니 르누아르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겼을 것 같습니다. 

 

금은 '아름다운 것을 분별하고 골라내는 것, 그리고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에게는 현실의 고통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만 포장해내는 능력이 있는 것이지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그 어떤 것도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잖아요. 그 현실을 한번 더 아름답게 포장해주는 것이 금의 역할입니다. 그는 금으로 태어나 세상에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는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한 것으로 보여요. 

 

그의 지지가 격동하는 글자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그의 내면은 다소 복잡하기도 하고 갈등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역시 그 모든 괴로움을 감추고 오직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승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고통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고 그리며, 결국 그는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역시 그가 느꼈던 행복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예술이라고하면 격동하는 예술, 함의가 가득한 예술, 이해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예술도 많은데 르누아르의 예술은 한스푼의 어두움이 없이 밝고 따뜻하고 밝아서 오히려 그 부분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인생도 이렇게 따뜻하고 밝기만 했나보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그는 어려움과 고통을 감추고 아름다움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의 철학대로, 그는 아름다움의 능력자였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골라내는 사주인 그가 뽑아낸 장면과 물감 색감, 사물 배치를 종합한 그의 예술은 역시나 최고의 완성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그의 그림을 감상할 때마다 마치 그 아름다움의 눈을 잠깐 빌려온 것 같은 기쁨을 느끼게 되더군요. 임금님이 진상된 음식을 맛보듯, 최고의 미의 콜렉터가 뽑아준 찰라를 경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르누아르의 그림 앞에 한 번 서보세요. 그가 보여주는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게 될테니까요.